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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JTBC 드라마 [인간실격] 기대없이 봤다가 훅 하고 들어와버린 드라마 1회 2회

by 달빛미르 2021. 9. 13.

 

 

< 제1부 > 인간의 자격


안녕하세요 선생님.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만나고 온 그날부터 저는 내내 인간의 자격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가족, 친구, 동료로써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자격.
선생님에게는 있고 제게는 없는 그 자격에 대해서요.

 

하지만 선생님, 선생님이 말하는 그 세상은 뭐고 그 인간은 대체 무엇일까요?
그런 게.. 어딘가에 있기는 있는 걸까요..?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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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 : 아니.. 아니 도대체 뭐라고 달았길래 고소를 당해..

부정 : 그렇게 살지 말고 어지간하면 시간 있을 때 콱 죽어버리라고 달았어. 됐어?


정수 : 네가? 누구한테..?

부정 : 몰라.


정수 : 뭐, 연예인?
부정 : 그냥.. 그 비슷한 거야.


정수 : 연예인이라고?
부정 : 하.. 그게.. 너도 더 늙어보면 알아.


정수 : 여기서 나이 얘기가 왜 또 나와.
부정 : 사람이 마흔이 넘으면 어떻게든 용서가 안 되는 그런 년이 하나쯤은 생겨.


정수 : 뭐? 년?
부정 : 나한테 나쁜 여자면 년이지, 년이 별거야?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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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 하루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혹시 조금이라도 불행한 일이 선생님께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저의 간절한 기도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저는 거의 매일 선생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 밤에 눈을 감을 때, 티비를 볼 때, 밥을 먹을 때,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새로 일을 시작한 직장에서도
시간이 날 때면 늘 간절히 간절히 기도합니다.


당신이.. 나처럼 불행해지기를.
숨 쉬는 모든 시간이 지옥이기를. 꼭.. 나처럼 그렇게 되기를.

 

흐린 하늘에.. 모든 별에.. 앞산의 퀴퀴한 바람에.. 버려진 땅에.. 더러운 공기에..
그리고 이 세상 속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모든 못된 것들에게 기도합니다.

고소해도 소용없어요. 한 번만 더 고소하면 당신 이름 석자 혈서로 써서
방송국에 보내 놓고 그냥 콱 죽어버릴 거니까요.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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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 : 나 4천에다가 넌.. 한 오백 되냐?
딱이 : 응.. 그 정도..


강재 : 여기저기 땡겨가지고 큰 거 한 두장은 한 거 같던데... 난 말이야 딱아..
딱이 : 응


강재 : 나한테 만약 큰 거 두장 있잖아? 현금으루.
딱이 : 2억?


강재 : 응. 그럼 막.. 마음이 허.. 하고 그래도.. 별로 안 죽고 싶을 거 같애.....

에휴.. 돈 없고 가족 없는 놈은 죽은 다음에도 민폐야.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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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 그러고 있으면 사람들이 깔보지 않아?
창숙 : 아, 이게 뭐 어때서... 나쁜 짓도 아니고, 운동되고, 환경에도 좋고, 나라 경제에도 좋은 일인데.


부정 : 그놈의 나라사랑은.. 아부지! 나도 아버지 따라서 박스나 주으러 다니까? 박스 줍는 게 뭐하면.. 파출부 같은 것도 있구.
창숙 : 또또 쓸데없는 소리 해서 속 시끄럽게 해.


부정 : 요새는 파출부라고도 안 부른데 아부지.
창숙 : 식모가 파출부 된 건데 그새 또 뭐가 된 거여..


부정 : 도우미, 대리 주부, 파트너, 매니저.. 그렇게 부르나 봐. 아버지 말대로 나쁜 짓도 아니구.. 운동도 되구 좋잖아.


창숙 : 나는 괜찮은데 너는 아니지...
부정 : 왜?


창숙 : 너는 자식이니까..
부정 : 자식이 왜.. 자식이 뭔데..?


창숙 : 자식은 부모보다 잘살아야 맞는 거지..


부정 : 맞다. 맞네... 아부지 말은 다 맞아.
창숙 : (웃으며) 이제 알았냐?

 

부정 : 아버지가 나 정 많은 부자 되라고 이름도 이쁘게 지어줬는데.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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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 아부지 나는.. 실패한 것 같애. 나 실패한 것 같애요.
창숙 : 너.. 회사에서 뭔 일 있냐?


부정 : 아니..
창숙 : 그럼 정우랑 뭐가 잘 못돼?


부정 :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그런 종류가 아니야.. 그냥.. 그냥 내가 너무 못났어.
창숙 : 아니 그게 뭔 소리여... 너는 내 자랑인데?


부정 : 나 자랑 아니야 아부지.. 나 자랑이라고 하지 마. 나.. 그냥 너무 나빠진 것 같애.
창숙 : 왜.. 애기 때문에? 애기 잘못된 거 때문에? 그것 때문에 계속.. 계속 속상한 거야?

부정 : 아니야.. 아니야..(흐느끼며)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 그냥.. 그냥 다 나쁜 거야 그냥.. 이유가 없어요. 길에서 고생하면서 키워준 아버지 생각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려고 했는데..

 

난.. 노력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 아버지.. 나는 아무것도 못됐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됐어.. 결국 아무것도 못될 거 같애요. 그래서 너무 외로워 아버지. 아버지도 있고 정수도 있는데 그냥.. 너무 외로워.


창숙 : 외롭지.. 외로워. 왜 그걸 몰라.

 

부정 : 그냥.. 사는 게 너무 창피해.
창숙 : 울지 말어. 기운 없어.. 울지 말어.


부정 : 나는 아버지보다 가난해질 것 같애. 더 나빠질 것 같애 아버지. 그러면.. 아버지 너무 속상하잖아.
창숙 : 아이구..아버지 괜차너.. 이러지 마라 부정아.. 아버지 속이 다 없어지것다.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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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 아버지.. 나 어떡해요. 나 자격이 없어요.




 

 


< 제2부 > 화의 나라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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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버지.
어제는 살면서 처음으로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지금의 내가 조금은 다른 모습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보시다시피 저는 아주 딱.. 엉망입니다.
아버지.. 아버지 저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습니다.
세상에 똑같이 태어나서 아무것도,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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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 : 연상이랑 사는 게 쉽지가 않어.. 너도 결혼할 때 고려해.
준혁 : 결혼을 왜 해요 저 결혼 안 할 거예요.


정수 : 왜? 결혼이 뭐가 어때서.
준혁 : 불편하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정수 : 불편하다, 그치.. 불편하지.
준혁 : 나를 잃는 일이죠. 결혼이란 게.

 

 



준혁 : 그나저나 동창모임이면은 뭐 12시에서 새벽 1시?
정수 : 1시에서 2시나.. 늦으면 3시?


준혁 : 2시 3시.. 3시면은.. 문자냐 전화냐 그건데..
정수 : 아무래도 전화가 낫겠지? 아 근데 나.. 전화하는 게 좀 무서운데..


준혁 : 문자로 일단 앞에 있었던 일 사과하시면서..
정수 : 사과? 무슨 사과?


준혁 : 왜 있잖아요.. 생각해보니까 내가 좀 심했다.. 뭐 이런 종류?
정수 : 어 어.. 그래그래.


준혁 : 그리고 동창모임 있어 늦는다. 12시 전에 간다. 그러다 12시쯤 뭐 슬슬 정리하는 중이다.. 그러다 1시에 내가 지금 택시를 잡고 있는데 강남이라 차가 많고 어쩌고.. 뭐 이런 수순이면은 2시 반까지는 버티죠.
정수 : 오.. 굉장히 뭔가가 순조롭다.


준혁 : 여자한테 중요한 건 물리적 시간보다 정서적 시간이니까요.


정수 : 우와.. 너 진짜 뭐냐.. 너 여자냐?
준혁 : 어머.. 모르셨어요? 흥! (웃으며) 저 갈게요 팀장님.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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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 : 어떻게.. 다음번에 내려드리면 그게 제일 편하시겠어요? 저도 뭐 이런 상황이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계속 같이 타고 갈 순 없으니까.. 무슨.. 이번엔 허락받고 내려야 되나.. 뭐.. 또 잡히면 많이 곤란할 것 같은데.

 

근데 그럴 수 있어요. 이.. 사람이 너무 슬프고 막 그러면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렇게 막 의지하고 싶고 음.. 제 말은 너무 창피해할 필요 없다.. 뭐 그런 취지예요. 그래서 다음에 내리면.. 될까요?

부정 : .......
강재 : 내리.. 라는 거죠?
부정 : (고개를 끄덕.)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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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 : 뭐 더 하실 말씀 있으시면 어떻게, 제 번호라도 드려야 되나.. 아 요즘은 90년대처럼 그렇게 막 연락처를 주고받는 게 대단한 일은 아니니까.. 메신저 뭐 쓰세요. 문자? (부정을 위아래로 보며) 톡?...  오케이. 톡.


부정 : 무슨 뜻이에요?
강재 : 예?


부정 : 위아래로 한참 쳐다보다가 톡쓰냐고..
강재 : 한참 안 봤는데. 잠깐 봤는데.


부정 : 옷 보고 알아요?
강재 : 옷이랑 톡이랑은 상관이 없죠. 옛날이나 지금이나 톡을 노멀 하게들.. 많이들 쓰시니까, 별 의미 없이 물어본 건데. 많이 예민하시네.


부정 : 그쪽은 뭐 쓰는데요?
강재 : 전 다 써요. 문자, 톡 요즘 나온 거. 세대에 맞게 상황에 맞게. 워낙 다양한 세상이니까.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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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 이거.. 손수건 값 지금 드릴게요.
강재 : 아유.. 각박하게 이 왜 이러시나.. 이미 드린 건데.


부정 : 톡 쓰는 거 맞아요 나. 혹시 거스름돈 있어요? (지갑에서 접어놓은 오만 원을 꺼낸다.)
강재 : 거슬러.. 달라구요?


부정 : 지금 오만 원짜리밖에 없어서요.
강재 : 이게.. 350불이니까.. 환율 1200원씩 쳐도.. 전액을 다 가져가야 될 것 같은데.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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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 : 날이 날이라서 그런가.. 나보다 더 슬픈 사람을 봐서 그런가.. 괜히 마음이 훅 하고 철렁하고 그러는 게.. 착하고 싶었어요.

 

(스카프를 내려보며) 그건 제 성의고.. 이건(오만 원) 그쪽 성의고.. 그렇게 정리할까요?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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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별짓 다하고 남이 보는데서는 개념 있는 척 나불대는 그 입에 식빵처럼 뭉쳐서 처넣고 싶네요. 허 작가님은 잘 계신가요? 두 분은 아직도 세상 몰래 그렇게 그러고 지내시는지..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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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떡하죠?

아버지.. 어쩌다 보니 벌써 제가 다음 주에 스물일곱이 됩니다.

스물일곱에 엄마는 벌써 나를 학교에 보냈다는데..

저는 스물여섯의 마지막 날들에 겨우,

'돈이란 무엇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나한테 돈을 제일 많이 쓴 사람이 아닐까 하는 그런 나쁜 생각을 합니다.

 

아버지, 돈이 있었다면 아마도 모두 나에게 주셨을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

돈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저는 완전히 잘못돼버린 걸까요.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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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제가 쓴 원고에서 한 글자도 안 고치고 그대로 출간된 쓰레기 같은 책, 잘 읽었습니다.

제 기대와는 달리 불행히도 아주 잘 지내고 계시더군요.

하지만 선생님.. 이 얘기가 세상에 알려질 때우리 둘 중에 누구에게 더 불리할까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못하고 왔네요.

고소는 선생님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나는 지금 못할 게 없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잃을 게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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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숙 : 내가 하루 종일 아무리 궁리를 해도 경찰서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옛날 서산 아저씨네 누가 파출소에 근무한다는 생각이 나서 전화를 뺑뺑 다 돌렸는데 다 돌아가시고 안 계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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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숙 : 아버지가.. 아버지가 잘못 살아 네가 고생이 많다. 경찰서에서 오라 가라 그러니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 거야. 그래서 그런 줄도 모르고 이상하다 그러면서도 그냥.. 집안일이겠지, 애기 잘못된 거 그거 생각하느라 그러겠지.. 아버지가 모잘라, 봐도 몰라. 돌머리야. 조그만 게 혼자 얼마나 속을 썩었을까.

부정 : 조그맣긴. 낮에 정수 만났어요? 정수한테 들었어?
창숙 : 아냐. 정수 아니라니까..
부정 : 아니긴 뭘 아니야 정수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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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숙 : 누구 만난 게 뭐가 중요하냐. 아버지가 알아야지. 아무리 해줄 게 없어도 알아야지. 무슨 큰 오해가 있었던 거야? 욕이라고는 바보 똥개밖에 모르는 애가 무슨 욕을 해서 경찰서에 가. 오해가 있는 거지?


부정 : 맞아. 아버지 말이 맞아. 오해가 있었어.

창숙 : 그래서 경찰서엔 언제가? 아버지도 같이 가야지.


부정 : 무슨 아버지랑 가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창숙 : 몇 살이 무슨 상관이야. 자식은 환갑이 돼도 자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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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 당신은 대체..!! 이 상황에!! 나한테 할 말이 고작 그거밖에 없어?!!! 나 당신 말대로.. 나 인간 이하예요. 그러니까 나한테 용서나 자비 따위 바라지도 말아요 알겠어요?

 

맞아요. 돌았어요. 경찰서 들락날락거리면서 늙은 아버지까지 앓아눕게 만들었는데 내가 눈에 뵈는 게 있겠어요? 기대하세요. 내가 아는 모든 얘기를 당신이 잊고 있었던 것까지 다 보게 될 거야.

아란 : 너 죽고 싶어?


부정 : 어떻게 알았어요? 나 죽고 싶은지. 너무 다 창피해서.. 당장이라도 죽고 싶어! 나는 당신 때문에 직장도 잃고 아이도 잃고 나를 잃었어. 근데 나한테 고작 미안하다 말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서 나를 또 이렇게 만들어?


아란 : 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됐니?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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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 정아란 씨. 내가 오늘 경찰서에서 배운 말이 하나 있는데 실드 해제라고 들어봤어요? 모르면 당신 드라마에 나오는 아이돌 애들한테 물어봐요 그게 뭔지.

 

나는 당신한테 맞은 진단서도 가지고 있고 세상이 모르는 당신에 대한 수천 가지 정보가 있어요. 나 오늘부터 당신 실드 해제야.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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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 : 죽긴 왜 죽습니까? 안 받으면 되는데.



- 출처 JTBC : 모든 저작권은 JTBC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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