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남편과 함께 꺼멍이 연탄집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었다. 사실 포스팅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찍어놓은 사진들이 많기도 하고 맛도 괜찮았던 곳이라 올려본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외식하는 게 찜찜하기도 하고 항암치료 중 인터라 기름기 있는 음식을 피하려고 노력 중인데 환자인 탓에 남편 밥을 손수 챙겨주기는 힘들고 마음 편히 주말은 외식을 종종 하고 있다. 꺼멍이 연탄 집도 남편이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던 곳이다.
이곳은 특이하게 페인트칠이 된 벽에 손글씨로 메뉴가 적혀있었는데 메인 메뉴는 주먹 구이, 애월 생갈비, 제주 껍데기 이렇게 세 종류가 있었다. 식사류는 흑돼지 김치찌개, 시골된장찌개, 추억의 도시락, 김치라면, 팔도비빔면이 있는데 우리는 아이를 먹이려고 추억의 도시락을 주문했다. 고기는 제주 흑돼지를 취급하는데 벽에 쓰인 '흑돼지는 비계도 사랑스럽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옴. 벽 선반에 진열된 소품들이나 벽에 걸린 소품들이 레트로스러워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집.
기본 야채와 밑반찬들. 상추와 이름이 기억 안 나는 초록잎 야채, 생마늘, 쌈무, 어묵볶음, 깻잎 반찬, 청양고추.
그리고 양파장아찌와 우리가 주문한 주먹 구이(두툼한 생고기) 3인분의 분량.
추억의 도시락은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볶은 김치는 따로 나왔는데 사진이 없다. 아빠 때문에 외식은 거의 고깃집으로 오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가 먹는 게 부실해서 주말마다 미안해진다. 사실 아이는 집에 가서 따로 뭔가 챙겨주는 경우가 많다.
두툼한 생고기가 불판 위에 올라갔고 빨리 익기만을 기다리면서 나는 아이 밥을 먹이고, 남편은 이것저것 집어먹기 시작.
흑돼지라서 껍데기 쪽에 검은 털이 보였다. 웁쓰~ 삼겹살의 특성상 기름질 수밖에 없고, 나는 건강상의 이유로 기름기 있는 음식을 자제 중이다. 이런 내가 음식점에서 잘 먹고 온 이야기를 포스팅하는 것도 아이러니 하지만 뭐 어쨌든 안 먹은 건 아니니까. 남편은 아주 맛있어하면서 잘 먹었다.
이날은 내가 많이 먹지 않았는데 남편은 주먹 구이 1인분과 껍데기 1인분을 추가로 주문했고, 먼저 다 먹고 자기만 기다리고 있던 우리는 생각지도 않고 느긋하게 혼자 즐기셨다. 이슬이와 함께. 매번 이렇게 외식을 하고 집에서도 매일 술을 즐기는 남편 덕분에 6살 아들이 참이슬을 안다. 원래 껍데기를 즐기지 않는 나는 맛을 보지 못했는데 껍데기도 잘 먹었던 우리 남편.
식당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복고풍이라 특유의 고깃집 분위기가 있었다. 사실 나는 이런 테이블과 의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아이를 데리고 가기엔 불편하기 때문에. 하지만 회식이나 모임 장소로는 괜찮을 것 같다.
남편이 식사를 마치길 기다리면서 지루해하는 아이를 데리고 가게 밖으로 나가니, 입구에 있던 녹슨 철제 모형과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자동차 위에 돼지 모양을 보면서 "꿀꿀이야 꿀꿀이~!!"를 외치던 아이.
사장님께서 직접 고기를 구워주시는데 고기를 올리기 전에 불판을 물티슈로 닦으셨다. 물인지 뭔지 흥건하게 젖은 물티슈를 집게로 집어서 불판을 닦으시길래 "사장님, 물티슈로 닦으시는 건가요?"라고 물어봤다. 사실 다른 곳에서도 그런 장면을 몇 번 목격했기 때문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사장님께서는 "네."라고 말씀하시고 뒤에 뭐라고 말을 하셨는데 뭐라고 했는지는 못 들었다. 음.. 물티슈는 좀 아닌 거 같아서 한 번쯤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물티슈에 포함되어있을 화학성분들은 과연 괜찮은 것일까.. 환자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였다. 많은 고깃집에서 이렇게 하고 있을 텐데 그럼에도 외식을 아예 안 할 수 없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이것은 비단 이곳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맛있게 잘 먹었던 곳이다. 비록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차를 타고 복개천까지 와서 외식을 했던 곳. 고기 맛도 좋았고 식당의 분위기도 좋아서 기억에 남는 곳이다.
꺼멍이 연탄집 주소 : 창원시 진해구 중원서로 83 (진해구 송학동 7-2)
주차는 가게 근처에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우리는 그곳에 주차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