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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

by 달빛미르 2021. 5. 10.

[ 보쌈 - 운명을 훔치다 ]

방송 : MBN 2021.05.01 ~ (토, 일) 오후 09:40 / 20부작

연출 : 권석장 / 작가 : 김지수, 박철

출연 : 정일우, 권유리, 신현수, 이재용, 김태우, 송선미, 명세빈, 이준혁, 신동미, 고동하 외

소개 : 생계형 보쌈꾼이 실수로 옹주를 보쌈하며 벌어지는 파란만장 인생 역전을 그린 로맨스 퓨전 사극.

 

별 기대 없이 보게 된 드라마였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괜찮은 드라마였다. 이제 4회까지 방송이 되었는데 MBN 드라마는 [우아한가] 이후 두 번째로 보는 드라마다. MBN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사극인데 선입견이 있던 나로서는 이 드라마를 볼 생각이 없었는데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출연하는 배우들도 연기파 배우들이 많고 특히 주인공 '바우(정일우)'의 아들로 나오는 '차돌(고동하)'의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이 아이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이 드라마의 매력에도 빠져들었다. 

 

 

1회 방송에서 2.8%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 [보쌈]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의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4회 방송은 5.5%의 시청률로 자체 기록을 경신했는데 이 추세라면 지상파 채널도 따라잡을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스토리나 연출 등, 드라마의 퀄리티가 여느 드라마 못지않게 훌륭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상파 채널의 주말드라마로 방송되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감명 깊게 봤던 드라마 [추노]가 생각이 났다. 그만큼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다.

 

아래 내용부터는 드라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지만 아직 4회까지 방송된 드라마라서 대략의 내용을 알고 봐도 크게 지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내용을 전혀 모른 채로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아래의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해주시길 바란다.

 

▼ 드라마 [보쌈] 인물관계도

 

일단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바우' 역할에 배우 '정일우'가 정말 찰떡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일우'가 연기하는 '바우' 캐릭터는 어린 아들 '차돌'과 단 둘이 살며 투전판이나 기웃거리는 밑바닥 건달로 나온다. 마누라가 한동네 살던 친구와 눈이 맞아 갓난 아들을 내버리고 야반도주한 후부터 사람을 불신하기 시작했고, 특히 여자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그의 원래 이름은 '김대석'이고 '바우'는 아명인데, 선조의 계비인 인목대비의 아버지 '김제남'의 손자이다. 어린 시절 '수경(권유리)'의 시아버지인 '이이첨'의 모략으로 집안이 역모에 휘말리게 되어 위기에 처하자 혼자 탈출해 신분을 숨긴 채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다. 그리고 '춘배(이준혁)'와 함께 보쌈 일을 하다가 엉뚱한 집에 들어가 엉뚱한 여인을 보쌈해오게 되는데, 그녀는 바로 임금의 딸 옹주(권유리)였다. '바우'가 '수경'을 실수로 보쌈해 오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배우 '정일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던가 싶은 생각도 들었고 영상미도 좋아서 MBN 채널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보쌈]을 집필한 '김지수' 작가의 이력을 찾아보니 굉장히 많은 작품들이 있었고 집필 이력도 오래되었다. 1990년에 [지워진 여자]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무려 16편의 작품들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보쌈]의 스토리 구성도 잘 짜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옹주자가 수경 (권유리)

드라마를 보면서 옹주인 '수경(권유리)'에게 나도 모르게 이입이 되고 '수경'을 엄마처럼 따르는 '차돌'이를 보면서 마음이 짠해지고 그랬다. 드라마에 깔리는 음악들도 드라마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신분을 숨긴 채 살고 있는 '바우'의 서사와 왕권을 지키려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옹주자가 '수경'의 서사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애잔한 마음을 품게 만들었다.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벗어나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내게 만든다. 옹주자가 '수경' 역할의 배우 '권유리'의 연기도 굉장히 발전한 느낌이다. 가수 출신인 만큼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가수 출신이라는 딱지를 떼고 그냥 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의외로 사극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래전에 봤던 드라마에서 조금은 실망을 했던 나였기에 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그녀의 발전에 박수를 보낸다. 

 

이이첨(이재용) / 김개시(송선미) / 춘배(이준혁)

그리고 악역으로 나오는 '이이첨' 역할의 '이재용' 배우와 '김개시' 역할의 '송선미'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고 이 드라마의 감초 역할인 '춘배(이준혁)' 캐릭터가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켜주었다. '춘배'와 같은 웃음 담당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빠지면 섭섭한 캐릭터다. 매사 코믹하고 사고뭉치일 것 같지만 의리를 지키고 '바우'를 생각하는 의외의 모습도 있었다. 조상궁 역할의 배우 '신동미'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녀가 맡은 배역이 비중이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믿고 보는 배우 중의 한 명이다. 

 

악역 캐릭터들이 없다면 드라마의 재미도 덜하기 마련인데 권력을 둘러싼 악역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드라마의 악역들은 모두 권력으로 인해 만들어진 악역들이다. 그리고 이 권력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드라마 내용의 큰 축이 된다. 권력의 다툼 속에서 희생냥으로 나오는 '바우'와 '수경'이 앞으로의 고난과 역경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해진다. 

 

 

밑바닥 건달로 나오지만 이렇게 갈대밭에서 우수에 찬 눈빛으로 멀리 바라보는 '바우' 캐릭터의 비주얼이, 허름한 옷을 걸쳤음에도 빛나 보인다. 비주얼이 살아있다. 캐릭터에서 뿜어 나오는 알 수 없는 힘이 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 '정일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 예전에 그가 나왔던 [해치]라는 드라마의 입소문만 들었고 막상 챙겨보지 못했었는데 이 드라마를 계기로 그의 작품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또 배우 '정일우'에 대해 찾아보니 그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었다. 스물여섯 살에 뇌에서 혈관이 풍선처럼 부푸는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강박과 무서움을 겪었지만, 산티아고 순례길로 훌쩍 떠나게 되면서 삶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였을까, 이 드라마의 캐릭터를 너무 잘 소화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 그의 사연을 알게 되니 이해가 갔다. 사실 나 또한 지금 암투병 중인 환자이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그 두려움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 두려움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나마 이렇게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을 회피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고 상태는 호전되고 있지만 암세포라는 녀석은 내 몸에 끈질기게 남아있다. 그런 나에게 있어 '정일우'가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그런 두려움을 연기로 승화해서 표출하는 것 같아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자신의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두려움에 맞선 그의 용기가 너무 멋지다.

 

 

너무 귀여운 바우의 아들 차돌(고동하)

그리고 바우의 아들로 나오는 차돌 캐릭터를 연기하는 아역배우 '고동하'가 너무 귀여웠다. 아역배우 치고 연기도 잘했고 드라마 속의 캐릭터가 통통 튀면서도 귀엽다. '차돌'이 연기했던 장면 중에 "임금님 눈깔이 띠용~" 하면서 손가락을 눈에 대고 연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 귀여워서 내 눈이 '띠용~' 했었다. 아버지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아버지가 죽을뻔한 상황에 처하자 그렇게 따르던 '수경'보다 아버지를 챙기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차돌'의 캐릭터로 인해 드라마의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스토리를 희석시켜준다고 해야 할까. 어려운 살림살이와 함량 미달인 아버지 '바우'로 인해 빨리 철이 들어버린 애어른이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정이 가고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였다. 아무래도 내가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차돌'이라는 캐릭터가 마음이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건강이 나쁜 상황인 만큼, 아들을 잘 챙겨주지 못하고 있는 엄마라서 더 그런 마음이 든 것도 같다. 

 

 

바우(정일우)와 옹주자가 수경(권유리)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딱한 사정에 처하게 되어 목숨을 끊으려고 물에 뛰어든 옹주 '수경'을 구하고 나서, '바우'와 '수경'이 나누는 대화였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다. 배우 '정일우'의 사연을 알고 나니, 왠지 모르게 그가 했던 대사가 더 깊이 와 닿았다. 두 눈을 부릅뜨고 '수경'에게 내뱉는 대사를 듣고 있으면, 그의 연기에 완전히 몰입되게 만들었다.

 

바우 : 죽으려는 이유가 뭐요?
수경 : 내가 죽어 없어져야 모든 이가 편해진다.
바우 : 남 때문에 죽겠다고? 허~ 별 개소리를 다 듣겠네.
수경 : 네놈이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하느냐?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나라고 좋아서 물에 뛰어든 줄 아느냐?
바우 : 그럼 살면 될 거 아냐?
수경 :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데, 살면 안 되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바우 : 아주 지랄 연병 하고 자빠졌네. 아주 호강에 겨웠구먼? 시댁이든 임금이든 남 생각 따윈 집어 치고 그쪽을 위해 살면 될 거 아냐? 지들끼리 지지고 볶든 말든 이미 죽었잖아? 근데 남들 사정이 뭔 상관이야? 이제부턴 그쪽을 위해 살란 말이야!
수경 : 뭘 위해서 살란 말이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바우 : 사는데 이유가 뭐가 필요해? 그딴 거 나도 몰라. 나도 그냥 살아. 나도 그렇고, 남들도 그렇고, 다 그냥 그렇게 사는 거야.

 

옹주인 '수경(권유리)'의 사정을 알게 된다면,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그녀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그녀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지만 이이첨과 광해군의 정치적 밀약으로 좋아하던 사람의 형과 혼약을 맺었다. 하지만 신혼 첫날밤도 못 치르고 남편이 죽어 과부가 되었는데 '바우(정일우)'에게 보쌈을 당하자 시아버지인 '이이첨'은 그녀를 죽은 것처럼 꾸미고 진짜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그녀를 찾아다닌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살아있는 것을 알게 된 아버지 광해군도 왕권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이용할 생각만 하고 있다. 이런 드라마의 스토리가 흡입력이 있어서 보면 볼수록 드라마에 빠져서 보게 만든다. 20부작이라 길다면 긴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 남은 이야기들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배우들과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사진 : MBN [보쌈-운명을 훔치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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