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많은 인기작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에 독보적인 드라마 작가다. 신인 작가일 때부터 괜찮은 시청률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고, 이후 작품들 중에도 시청률로 대박을 친 드라마들이 많다. 2~30대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드라마 작가로 여성들의 로망과 판타지를 자극하기 때문에 유치하다는 평도 있고 호불호가 갈린다.
나는 여성으로서 20대 때부터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를 봐왔고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냥 드라마로써 재미있게 보고 힐링할 수 있다면 굳이 이래저래 따지지 않는 스타일이니까.
▼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이력
김은숙 작가의 특징은 드라마 속의 등장인물들이 대사의 양이 많다는 점이다.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대사도 많아서 남성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시청률의 결과를 보인 드라마들이 많다.
주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종종 이용했지만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를 통해서는 김은숙 작가의 클리셰를 깨고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매번 등장하는 재벌 2세, 능력 출중한 주인공의 모습이 아니라 불행한 과거와 미천한 신분의 남주인공, 능동적인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때론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고증오류, 허술한 설정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은숙 작가만의 강점과 약점이 존재하는데 드라마마다 평이 갈려서 많은 비판을 받은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많은 호평을 받은 명작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중에서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작품을 제일 좋아하고, 내가 본 드라마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품이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TV로 보는 것 같았고 영상미도 너무 좋았고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드라마여서 심금을 더 울리기도 했다.
▼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들
- 약간의 스포들이 있음
< 파리의 연인 >
방송 : SBS 2004.06.12 ~ 2004.08.15│20부작
연출 : 신우철, 손정현│극본 : 김은숙, 강은정
출연 : 김정은, 박신양, 이동건, 김서형, 오주은, 정애리 외
소개 : 까칠한 재벌 2세 남자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
"저 남자가 내 사람이다!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
왜 말을 못 하냐고! 애기야, 가자!!"
- 한기주(박신양)
"이 안에 너 있다"
- 윤수혁(이동건)
최고 시청률 57.6%를 기록했던 드라마로 당시 이 드라마를 꼬박꼬박 챙겨보진 못했지만 워낙 유명해서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명대사들로 많은 유행을 낳았던 드라마다. 드라마의 거의 모든 장면이 유행을 탔고 커플들의 애칭이 '애기'가 되었다는 후문이 있다.
출생의 비밀과 신데렐라 스토리, 그리고 남자 주인공의 성격은 엄청 까칠하지만 여주인공에게만 친절한 뻔한 단골 소재를 가지고도 트렌디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엔딩으로 시청자들의 충격이 컸다. 당시에는 시청자들이 인정하지 못하고 많은 항의가 있었고 김은숙 작가 본인도 결말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드라마의 인기만큼 조성모가 부른 OST <너의 곁으로>라는 노래도 많은 인기를 누렸고, 허무한 엔딩에도 인생 드라마로 꼽는 사람들이 많은 인기작이다. 갓신양을 탄생시켰고, 많은 여성들을 설레게 했던 드라마.
< 프라하의 연인 >
방송 : SBS 2005.09.24 ~ 2005.11.20│18부작
연출 : 신우철│극본 : 김은숙
출연 : 전도연, 김주혁, 김민준, 윤세아 외
소개 : 솔직 담백 외교관과 용감무쌍 말단 형사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말단형사인 최상현(김주혁)은 여자 친구 강혜주(윤세아)의 체코 유학생활을 위해 대출까지 받지만 강혜주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찾지 말라며 잠적하고, 최상현을 그녀를 찾아 프라하까지 날아가게 된다. 그렇게 체코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윤재희(전도연)와 만나게 되고 스토리가 이어진다.
<파리의 연인> 만큼은 아니지만 30%의 시청률을 넘나들었던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은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매력이 너무 돋보이는 드라마이고 프라하의 배경들이 멋지다. 전도연이 연기한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라 사랑스럽다는 평이 많다. 그리고 하정우, 장근석, 앤디 등이 조연으로 출연했던 작품이다.
< 온에어 >
방송 : SBS 2008.03.05 ~ 2008.05.15│21부작
연출 : 신우철, 진혁│극본 : 김은숙
출연 : 김하늘, 박용하, 이범수, 송윤아 외
소개 : 드라마 PD와 작가, 연기자, 매니저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연예계에 종사하는 네 사람을 중심으로 '티켓 투 더 문'이라는 실존하지 않는 드라마의 제작과정을 다룬다. 국민 요정이라 불리는 명실상부한 톱스타 오승아(김하늘), 시청률 제조기라 불리는 스타 작가 서영은(송윤아), 서울대 법대 출신의 자존심 강한 PD 이경민(박용하), 망해가는 기획사 사장 장기준(이범수)을 중심으로 '티켓 투 더 문'이라는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온에어>는 김은숙 작가 특유의 대사력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다. 배우들의 말싸움하는 장면에서 쓰이는 대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치고는 시청률이 높지 않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 시티홀 >
방송 : SBS 2009.04.29 ~ 2009.07.02│20부작
연출 : 신우철│극본 : 김은숙
출연 : 김선아, 차승원, 추상미, 이형철, 윤세아, 이준혁, 정수영, 최일화 외
소개 : 엉뚱하고 유쾌한 시장님의 좌충우돌 성공스토리
드라마 <시티홀>은 정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드라마 종영 후에도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드라마에서 잘 나오지 않았던 정치를 소재로 한 드라마라서 그랬는지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지만 무거운 소재를 다소 재미있게 표현한 드라마다.
인주시청 10급 공무원인 신미래(김선아)가 전 남자 친구 때문에 생긴 빚을 갚기 위해 우승상금 2000만 원이 걸린 밴댕이 아가씨 선발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지만 상금을 받지 못해 시청에 항의하다가 쫓겨난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으로 시장직에 출마해 당선이 되고 정치에 입문하면서 존경받는 시장이 되어가는 그녀의 스토리가 이어진다.
<시크릿 가든>
방송 : SBS 2010.11.13 ~ 2011.01.16│20부작
연출 : 신우철, 권혁찬│극본 : 김은숙
출연 : 현빈, 하지원, 윤상현, 김사랑 외
소개 : 무술감독을 꿈꾸는 스턴트우먼 길라임과 까칠한 백만장자 백화점 사장 김주원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다. 오글오글 하면서도 설렘 돋았던 장면중 하나, 남녀 주인공이 커피숍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말싸움을 하다가 입에 묻은 카푸치노의 거품을 닦아주던 거품키스 장면은 상당히 유명하다. 뻔할 수 있는 설정이지만, 캐릭터들을 훌륭하게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가 매력적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코미디 요소도 인상적이다.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가는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과 싹수없는 부잣집 도련님의 판타지 러브 스토리. 시청률이 다는 아니지만 최고 시청률 35%를 넘었던 드라마로, 드라마의 재미와 인기를 증명해준다.
현빈의 여자 연기, 하지원의 남자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오스카 역의 윤상현의 매력도 돋보인다. 그리고 김사랑은 예뻤고 주어진 역과 잘어울렸다. 시크릿가든의 OST로 오스카가 불렀던 노래들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유명한 대사가 많은 작품인데 다소 오글거리지만 현빈이라서 가능했던 대사들을 몇개 소개하자면...
"길라임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작년부터?"
"저한테는 이 사람이 전도연이고 김태희입니다.
제가 길라임 씨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 신사의 품격 >
방송 : SBS 2012.05.26 ~ 2012.08.12│20부작
연출 : 신우철, 권혁찬│극본 : 김은숙
출연 : 장동건, 김하늘,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 윤세아, 윤진이 외
소개 : 사랑과 이별, 성공과 좌절을 경험하고 세상 어떤 일에도 미혹되지 않는 불혹을 넘긴 꽃중년 남자 4명이 펼치는 로맨틱 멜로드라마
로맨틱 코미디물로 이런 취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져드는 드라마다. 40대 초반 미중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젊은 층에게도 인기 있었다. 시크한 장동건과 망가지는걸 두려워하지 않는 김하늘의 티격태격 로맨스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자보다는 여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이고 드라마로만 본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40대의 주인공이 사랑을 찾아 헤매는 스토리가 나이에 맞지 않는다는 혹평이 존재하지만 여성 시청자로서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다.
< 상속자들 >
방송 : SBS 2013.10.09 ~ 2013.12.12│20부작
연출 : 강신효, 부성철│극본 : 김은숙
출연 :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정수정, 김지원, 강민혁, 강하늘, 박형식 외
소개 : 부유층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청춘 트렌디 드라마
드라마 <상속자들>은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재벌가에서 자란 10대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 트렌디 드라마로 배우들의 캐스팅부터 화려했던 드라마다. 이민호를 비롯해 박신혜, 김우빈, 그리고 박형식, 강민혁, 크리스탈 등 아이돌이 투입돼서 비주얼 좀 된다 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드라마다. 드라마 <상속자들> 또한 호불호가 갈린다. 학원물, 신데렐라 스토리, 아이돌의 등장으로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데 사실 나 또한 쉽게 봐지지 않는 드라마였다...
그럼에도 괜찮은 시청률을 보였고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라고 하기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오글거리는 대사가 많지만 그런 와중에도 깨알 같은 개그 요소들이 단점을 커버해주기도 한다. 어쩌면 그 유치한 매력에 빠져들지도. 이 드라마 이후로 대성한 배우들이 제법 많이 등장한다. 드라마의 부제인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문장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이상으로 김은숙 작가의 과거 드라마들을 정리해봤는데 작품이 너무 많아서 <상속자들> 이후의 작품은 따로 정리할 예정이다.
★ 사진은 각 방송사 드라마 홈페이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