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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JTBC 드라마 [인간실격] 3회 4회

by 반짝이는 지구별 2021.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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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부> 투명인간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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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아버지. 더러운 반평짜리 침대 위에서 온종일 나를 기다리던 아버지. 온종일 나만 기다리던 아버지. 나를 두고 떠나는 마지막 순간, 6년 넘게 내려오지 못한 그 반평짜리 지구 위에서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서 아버지는... 어디로 가고 싶었던 걸까요. 갑자기 너무 배가 고팠던건 아닐까, 견딜 수 없을 만큼 몸이 아팠던 건 아닐까... 아니면 그냥 너무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더건 아닐까..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얼마나 나를 기다렸을까.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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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할수있는것들은 다 그런 것들 뿐이라서, 그게 너무 괴로워도 나는 그날에서 이렇게 멀리 도망쳐버렸습니다. 언제나 온종일 나를 기다리던 아버지.

나는 아직 죽음이 뭔지 잘 모릅니다. 사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까요.. 사는 게 뭐고 죽는 게 뭔지. 지금은 뭐고 다음은 또 언제인지.

마지막에.. 마지막에는 누구나 혼자라는걸 결국 나도 알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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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 아버지 저기 끝집 총각 있잖아..
창숙 : 끝집?

부정 : 아이 왜.. 어제도 오피스텔 앞에서 마주쳤잖아.
창숙 : 아.. 그 제비 총각?

부정 : 근데 아버지.. 걔는 나를 어제 처음 봤나 봐. 나는 걔가 뭐 먹는 지도 아는데.

창숙 :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
부정 : 아버지가 얘기해줬으면서.

창숙 : 내가?
부정 : 걔가.. 같은 라면박스 한 번에 열개 스무 개씩 내놓는다고..

창숙 : 아 맞다.. 맞아. 기억난다 기억나

부정 : 근데.. 나를 전혀 기억 못 해. 내가 여기 사는지도 모르고. 아무튼.. 나를 처음 봐 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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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숙 : 머리가.. 엄청 나쁜 거 아냐?

부정 : 아니.. 그런 게 아니구.. 그런 거 있잖아. 거기 있는데 거기 없는 사람. 암튼.. 걔한테 나는 투명인간이었어 아버지.

근데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 그랬던 것 같애. 나 관심 있는 것만 보니까.. 나 말고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지 자세히 본 기억이 없어.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세계에 사니까.. 관심이 없으니까 안중에도 없는 거야. 그치?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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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숙 : 알지 왜 몰라.
부정 : 알아?

창숙 : 알지.. 아버지도 그럴 때가 있어. 저 사람들은 아버지가 안 보이나 보다.. 그럴 때. 없는 것처럼 살다가 없어지는 거야.

부정 : 아버지
창숙 : 왜

부정 : 아버지랑 나는 투명인간이야.
창숙 : 넌 아직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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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좋을까요. 어디서부터 잘못돼버린 걸까요. 1년 전? 아님.. 그보다 먼저일까요.
여긴 안전해. 괜찮아. 나는 중간은 되니까.. 내내 믿어왔던 그 중간이라는 곳에 이제 내 자리는 없어요.

아버지.. 나는 지금.. 나만 아는 속도로 아주 천천히.. 무너지고 있어요.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거나.. 눈이 쏟아지면, 제일 먼저 무너져버릴지도 모를 곳에 내가 서있어요.

보이는 것들은 모두 껍데기뿐이고 나는 여기 없어요. 이곳은 어디쯤일까요. 여기가 바닥일까요. 아니면.. 더 아래가 있는 걸까요. 그게 어딘지 몰라서 불안하고 또 불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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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누나 : 니들 목적이 뭐니? 돈이니?

민정 :
아니요 뭐.. 꼭 그런 건 아니구요.. 장례를 저희가 치렀는데 저희가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까.. 장례비도 만만치 않고 해서.. 이거.. 정우선배 유품이에요. 혹시 필요하실까 해서..

정우 누나 :
애들 픽업 갈 시간이라.. 얼마 주면 되니? 장례랑 유품 처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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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그, 한.. 삼천오백 정도..
딱이 : 아니! 아니에요.. 삼백오십이예요.

정우 누나 : 어떤 애엄마랑 같이 물에 빠져 죽었다면서? 자살한 거 맞아? 어디서 순진한 아줌마 등쳐먹으려다.. 실수로 죽은 거 아니고? 이게 다고.. 이 이상은 못주겠다 나도.

민정 : 이게 얼만데요?
정우 누나 : 가져가서 세보든가. (강재를 향해)네가 여기 대장이구나? 걔도 참.. 끝까지 불쌍하다.. 니들.. 장례를 치르긴 치른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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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 : 55만 원이네요? 나머지 295만 원 계좌로 보내세요. 볼펜 있어? (유해를 담은 종이를 손에 쥐어주며) 정우형이에요. 낙오됐다고 짐승 새끼들처럼 그렇게 버리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도 우리 다 사람새낀데.

 

애들 데리러 가는 길에 돈 꼭 보내세요. 안 그러면 내일 점심에 그 애들하고 우리 삼촌 친구들하고 다 같이해서 점심 먹는 꼴 보게 될 테니까. 동생한텐 못써도 애들한텐 쓸 수 있잖아요.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을 꼭 좀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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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훈 : 야, 봤냐? 여보세요!
강재 : 어
종훈 : 언제까지 되겠냐.
강재 : 뭘 언제까지 하면 되는데.
종훈 : 뭐긴 뭐야.. 나쁜 건 뭐든지 다지..


강재 : 없으면?
종훈 : 어?
강재 : 없으면 어떻게 되는데.
종훈 : 그럼 뭐..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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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숙 : 선물?
부정 : 응. 내가 오늘 누굴 좀 도와줬거든..

창숙 : 그래서 받은 거야?
부정 : 응. 그래서 받았어. 너무 고맙대. 괜찮다는데 기어이 따라 나와서 사주고 가셨어 어떤 분이.

창숙 : 그랬어?
부정 : 응. 내가 생명의 은인이래. 한일도 없는데.

창숙 : 그래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부정 : 응. 좋아 아버지. 사는 거 같아요.

창숙 : 그게 너지.. 그게 너야. 어릴 때부터 그랬어. 두 개를 가지면 하나는 꼭 남주고 들어와야 그래야 네가 마음이 편해. 그렇게 착해 네가..

부정 : 내가 착했어?
창숙 : 착하지 그럼....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해.

부정 : 뭘?
창숙 : 네가 내 생명의 은인이다.. 그렇게 생각해.. 그게 너야.


 



< 제4부 > 사람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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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 : 그.. 톡.. 말이에요? 다시 만나면 교환하기로.. 교환합시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이웃끼리. 막 연락하고 그러지 않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시고.






정수 : 밥 안 먹었어?
부정 : 먹었어.

정수 : 근데 갑자기 그걸 왜 먹어?
부정 : 너 안 먹는다며..!

정수 : 아니 그렇다고 갑자기 그걸 왜 먹어..
부정 : 너 이게 무슨 케이크인지는 아니?
정수 : 케이크가 케이크지 뭐야.. 왜 또.. 내가 뭐 잘못한 거야?

부정 : 넌.. 아버지가 너 먹으라고 사준 거면 어떻게 하려고 말을 그렇게 하니? 아버지가 아침저녁으로 박스 주워가지고 그렇게 모은걸루 사서 보내준 거면 어쩔려구.. 이게 뭔 줄 알고.. 막.. 그렇게 말을 해?

정수 : 아니 나는.. 당연히 네가 산건 줄 알았지.. 아니 그럼 그렇다고 얘길 하면 되잖아. 넌 입 다물고 있다가 꼭 이러더라? 사람 민망하게.. 미안해. 아버지가 사주신 건지 몰랐어. 응? 그러니까 그만 먹어. 내가 먹을 테니까. 미안.

부정 : 미안할 거 없어. 아버지가 사준거 아니니까 미안할거 없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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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언제나 아무 예고 없이 제 일상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선생님 덕분에 저는 아주 오랜만에 겨우 맛본 달콤한 현실에서 깨어나 다시 기억의 지옥 속으로 되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언젠가 어떤 나쁜 기억도 없는 사람처럼 마치 오늘 태어나 처음 사는 사람처럼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아무렇지 않은 그런 날들을 다시 살아볼 수 있을까요. 나 자신을 조금도 사랑할 수 없는 내가 이런 날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이 지옥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얼마 전, 저에게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냐고 물었었죠. 오늘도 있지도 않은 행복한 가정과 쓰지도 않은 책에 대해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을 선생님. 언제 모든 게 들통날까 하루하루 마음 졸이며 언제 날아올지 모를 제 편지를 기다리고 있을 선생님을 떠올리면 묘하게 또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그러니 더 위태롭게, 더 불행하게, 더 공허하게, 내내 그렇게 살아주세요.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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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 : 케익은 누가 사줬어? 여자 친구?
강재 : 그냥 동네 친구가 사줬어.

미선 : 그니까.. 그 동네친구가 남자야 여자야?
강재 : 그냥..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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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감사했습니다. 빌려주신 손수건은 내일 출근길에 우체통에 넣어놓겠습니다. 제 핸드폰 주소록에 가족도 직장동료도 아닌 사람의 연락처를 저장한 게 너무 오랜만이라.. 한 번쯤은 연락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답장은..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1003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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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솜 : 아니 없어졌으면 찾아야지 왜 우리부터 의심할까요?

부정 : 제가 좀.. 오래 봤거든요 그 물건을.. 선물인 것 같은데 쪼끄만 게 하도 비싸길래 뭐 이런 걸 사줬나.. 돈으로 주지 그런 생각 하다가.. 나도 옛날에는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도 하고.

다솜 : 하긴.. 저도 몇 년 됐어요.. 이런저런 예쁜 거 다 별로고 돈으로 주지.. 하는 거. 그거 하트가 없어져서 그런 거래요.

부정 : 하트요?
다솜 : 마음속에 하트 모양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죄다 돈 모양으로 바뀐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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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 : 어.. 저는 사촌동생 결혼식이 있어가지구.. 팀장님은요?
정수 : 나 친구. 동네 친구.. 엄마랑 다 아는. 같은 식인가?
준혁 : 아, 저는 이층.
정수 : 아.. 같은 식은 아니구나.


정수 : 몰라보겠다.. 밖에서 보니까.
준혁 : 알아보겠다 팀장님은. 밖에서 봐도.
정수 :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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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저도 감사했습니다. 돌려주신 물건도 잘 받았습니다.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참 좋은 생일을 보냈습니다. 답장은 괜찮다 하셨으니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내내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출처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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