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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1화 - 2화 / 기억에 남는 대사

by 반짝이는 지구별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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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좀매울지도몰라
오늘은좀매울지도몰라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채널 : 왓챠 (12부작)
출연 : 한석규, 김서형, 진호은 외
사랑하는 당신을 기억할 솔직하고 담백한 레시피
점점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는 다정을 챙기기 위해 남편 창욱이 소환된다. 그는 살면서 한 번도 요리해보지 않았지만, 오직 아내의 소중한 한 끼를 위해 특별한 레시피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무염잡채

< 제1화 > 잡채의 눈물

콩나물과 시금치나물, 이 둘이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익숙해서 사 온 것 일수 있다. 만들기도 간단하니까. 소금이나 간장은 전혀 쓰지 않는다. 처음에는 비닐장갑을 끼고 무쳤지만 요즘은 손을 잘 씻고 맨손으로 무친다. 나물에서 손맛이 빠지면 섭섭하다.

맛있는 음식은 마음으로 만들어진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고 재료와 소통해야 한다. 같은 재료로 같은 과정을 거쳐도 마음 때문에 다른 음식이 된다. 사랑과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야 배부르다.


오늘아침에 부엌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보다. 몰입해서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싱싱한 나물과 좋은 양념들이 사람을 살리는 먹을거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쳤다. 내가 쓰는 블로그에 올리는 레시피는 누군가 따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음식을 만드는 감각과 느낌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쓴다. 특별히 공부하지도 않았고 배우지도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칼질도 많이 늘었다. 9단이나 10단들 께서 보시면 아직 멀었겠지만.

 

- 마트에서 창욱과 수원의 대화 -


창욱(한석규) : "양배추..양파..당근..목이버섯.. 이 정도면 됐나.."
수원(양경원) : "돼지고기.."
창욱(한석규) : "아니에요 .나 이 고기대신 표고버섯 쓸 거예요."
수원(양경원) : "아.. 아이고! 건강한 맛 좋죠. 그러면은 저기.. 저희가 천연발효간장이 새로 나왔거든요? 시중에서 파는.."
창욱(한석규) : "아니에요 아니에요. 나 무염잡채 할 거라 간장도 필요 없어요."
수원(양경원) : "아... 그러니까 그.. 잡채에 고기도 안 넣고 간장도 안 넣으신다는 거죠? 음.. 그게 무슨 맛이지?"
창욱(한석규) : "몸에 좋은 맛이요."
수원(양경원) : "아...!!"



돔베국수

< 제2화 > 공간이동의 기적. 돔베국수


달걀을 풀어 프라이팬에 바다처럼 펼친다. 유정란 5개를 넣고 유기농 우유도 좀 탔다. 오믈렛 소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감자나 당근은 단단하니까 잘게 다지고 쪽파는 매우니까 잘게, 양파는 물렁하니까 그보다는 조금 크게, 버섯은 양파크기 정도로 썰어둔다. 토마토는 아주 잘 필요는 없지만 적당히 작게 썬다.

왜 이렇게 소를 다양하게 만드느냐 묻는다면 거의 모든 채소가 환자의 건강에 좋다. 어떤 것이 특별히 좋을지는 알기 힘들다. 다양한 기회가 최선이다. 그러고 보니 시금치도 좀 넣는 게 좋을 것 같다. 오믈렛으로는 싫어하는 것도 먹게 할 수 있다. 모르고 먹으면 대게 토하지 않는다. 사람 몸의 주인은 마음이다.

돼지고기야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최대한 제주도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까탈을 부렸다. 제주도 방언으로 도마를 돔베라고 한다. 도마에 올려 내놓으면 돔베고기, 접시에 내놓으면 그냥 수육. 돼지고기를 삶을 땐 된장을 풀어 넣는 것이 포인트다.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다 보면 금방 있던 것이 사라졌다가 다시 모습을 나타내는 기적이 자주 일어난다. 오늘따라 월계수잎이 그런다. 아무래도 월계수잎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대세에는 지장이 없겠지. 필요 없을 때 기적처럼 나타날 것이다. 수육만 잘 삶아지면 다 준비된 셈이니 급할 게 없다. 배가 고파서 기다리는 사람도 없으니.


 

요리하는한석규
한석규


돼지고기 삶는 것은 전과 동일하다. 된장을 풀고 대파, 통마늘, 생강, 통후추.. 월계수잎..
"하이고.. 내 이럴 줄 알았지."
필요할 때 나타나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여기에서 차이가 시작된다. 무친 콩나물이 고명으로 들어가야 제주식 고기국수가 된다고 했다. 사골국물대신 육수의 감칠맛을 더할 양파와 당근, 대파도 썰어 넣는다. 식초와 소금을 푼 차가운 물에 삶은 돼지고기를 잠시 담그면 고기가 물러지거나 부서지지 않는다. 두 번째 차이, 계란.. 제주 사투리로 독새기. 전통 돔베국수에는 독새기를 꼭 풀어서 넣어야 한단다.

어렵던 시절 계란은 손님을 대접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식재료였다. 사골국물을 빼니 돼지의 향이 오롯이 올라온다. 먹어본 맛은 아니지만 제주도식이 그렇다니 믿어보는 수밖에. 밀이 귀했던 제주도에서 메밀을 국수반죽에 쓴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미각에는 기억을 불러내는 힘이 있다. 돔베국수를 먹으면 제주도 바닷가의 눈부신 노을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제주전통 돔베국수는 국물맛부터 특별하다. 담백하고 깊다. 된장맛이 조금 베여 달콤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 특별한 맛이 기억 속의 장소와 어우러져 기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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