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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KBS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 마지막회의 슬픔과 여운

by 반짝이는 지구별 2021.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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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희태와 명희의 아련한 봄 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레트로 휴먼 멜로드라마 오월의 청춘이 막을 내렸다. 시작할 때부터 슬픈 사랑이야기일 것 같아서 그렇지 않길 바랬지만 역시나 그랬다. 시대적인 배경상 새드엔딩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는 마음 아픈 드라마였다. 특히 마지막 회는 마음에 남는 대사들이 많았고 두 주인공의 엇갈린 운명도 마음 아프기 그지없었다. 

 

 

 

 

 

- 인상 깊었던 장면과 대사

 


수찬 : 사흘이여. 내가 믿던 세상이 딱 3일 만에 다 무너졌어. 끌려가서 인간 취급도 못 받다가 황과장 덕에 혼자 풀려나 갖고 침대에 딱 누웠을 때, 나가 뭔 생각 했는 줄 아냐? 편안했어. 같이 연행된 사람들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데 그게  그라게 눈물 나고 편안했다고. 그래서 부끄러워. 누워있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이런 옷 입고 멀쩡하게 숨 쉬고 있는것 까정 다 너무 비겁해서 부끄러워 미치겄다고!

 


수련 : 오빠, 시방 우리가 뭘 바꿀 순 없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있어.

 

 

 

현철(명희 아빠)이 떠나기 전, 희태를 통해 명희에게 남긴 편지 :

언제 명수가 그런 말을 하더라. 달리기 할 때 맨 앞에 달리는 놈은 결국 바람막이 밖에 안되니까 처음부터 제일 앞에 서면 손해라고. 어쩌면 이 애비의 삶은 항상 맨 앞에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 바람막이 같은 삶이었다. 행여나 너도 나 같은 바람막이가 될까, 모진 풍파에 날개가 꺾일까 맨 앞에 서지 말라 전전긍긍 너를 붙잡기 바빴다. 니 날개는 그 정도 바람에 꺾이지 않았을 텐데. 오히려 그냥 뒀으면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을 아이였는데. 니 잘못도 아닌 궂은일들은 이제 아부지한테 다 묻어버리고 앞으론 니 날개가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하고 살아라.

 

 

아무도 없는 희태와 명희 둘만의 결혼식.


희태의 혼인 기도문 :

주님, 우리 앞에 어떠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어렵게 맞잡은 이 두 손 놓지 않고 함께 이겨낼 수 있기를. 무엇보다도 더 힘든 시련은 명희 씨 말고 저에게 주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혼자 나주로 돌아가기 위해 나선 명수를 찾으러 나간 희태와 명희. 갈림길에서 5분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희태는 계엄군이 있는 쪽으로, 명희는 다른 길로 찾아 나선다.

 

계엄군에게 발견돼 죽을 뻔했다가 광규로 인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끌려가는 희태는 자꾸만 명희가 있을 곳을 바라본다. 

 

 

희태가 끌려가고 있을 때 다른 곳에서 계엄군의 총을 맞고 쓰러진 명희는 그 와중에도 동생 명수가 무사히 도망갔는지를 걱정한다.

 


수년 후 발견된 유품 속 명희의 혼인 기도문 :

나 김명희는 황희태의 순장 요구를 거부합니다. 주님, 예기치 못하게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치게 되더라도 그 슬픔에 남은이의 삶이 잠기지 않게 하소서. 혼자되어 흘린 눈물이 목 밑까지 차올라도 거기에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삶을 헤엄쳐 나아갈 힘과 용기를 주소서.

 

 


수년 후 희태의 답장 :

어김없이 오월이 왔습니다. 올해는 명희 씨를 잃고 맞은 마흔한 번째 오월이예요...  그간에 제 삶은 마치 밀물에서 치는 헤엄 같았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냥 빠져 죽으려고 도 해 봤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또다시 그 오월로 나를 돌려보내는 그 밀물이 어찌나 야속하고 원망스럽던지요.

참 오랜 시간을 그러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로 살았습니다. 그해 오월에 광주로 가지 않았더라면, 그 광주에서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갈림길에서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살지 않았을까 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명희 씨가 돌아와 준 마흔한 번째 오월을 맞고서야 이 모든 것이 나의 선택임을 깨닫습니다.

나는 그해 오월 광주로 내려가길 택했고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으며 좀 더 힘든 시련은 당신이 아닌 내게 달라 매일같이 기도했습니다. 그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내가 죽고 당신이 살았더라면 내가 겪은 밀물을 고스란히 당신이 겪었겠지요. 남은 자의 삶을 요.

그리하여 이제야 깨닫습니다. 지나온 나의 날들은 내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음을. 41년간의 그 지독한 시간들이 오로지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이었음을.

내게 주어진 나머지 삶은 당신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거센 밀물이 또 나를 그 오월로 돌려보내더라도 이곳엔 이제 명희 씨가 있으니 다시 만날 그날까지 열심히 헤엄쳐 볼게요.

2021년 첫 번째 오월에, 황희태.

 

편지를 통해 희태가 41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알 수 있었고 살아있어서 결코 행복하진 않았다는 게 느껴졌다. 결혼식날 비극을 맞은 희태와 명희의 가혹한 운명. 명희는 결혼과 동시에 아버지의 비보를 들었고, 희태의 아버지의 사주로 죽을 뻔했고, 동생인 명수를 계엄군에게서 도망시키기 위해 스스로 희생당했다.

 

 

 

 

꽃보다 아름다웠던 청춘에 예기치 못했던 죽음을 맞이했던 명희의 비극은 1980년 5월에 광주에서 독재에 저항해 투쟁했던 무고한 시민들이 폭도로 몰려 희생당했던 수많은 죽음을 대변해서 보여준 비극 같았다.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있는 슬픈 멜로드라마 오월의 청춘이 남긴 여운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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